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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1년 돌아보기

사과먹는사람 2022. 12. 25.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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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1년이 지났다. 작년 이맘때쯤에는 혼자만의 시간을 좀 보냈다. 나홀로 피정 느낌이랄까... 그 때 한 해를 정리하면서 나를 깨끗이 비웠던 경험이 좋았는데 올해는 그럴 기회가 없어서 좀 아쉽긴 하다.

이번 달은 유독 정신없는 달이었다. 회사에 들어가서 여러 가지 일들을 겪었고, 주말마다 약속이 있어서 하루도 집에 있어본 날이 없다. 크리스마스인 오늘은 약속을 잡지 않고, 집에서 연말을 정리하고 나를 돌아보기로 했다.

올해는 일기장 없이 한 해를 보냈다. 후회한다. 달력으로 일정 관리하는 것만으로는 하루하루를 붙잡기가 너무 어렵다. 내년부턴 선물로 받은 다이어리를 쓸 예정이다.

기억나는 것만 갈무리해본다.

 

 

올해 한 일

1. 수발들기 (...)

2. 중급 알고리즘 스터디

3. CS 스터디

4. 블로그 + 구글 애드센스로 $350 수익

5. 4kg 감량

6. Swift (UIKit) 사용해서 개인 앱 제작

7. 상반기 그림

8. 취직

 

 

첫 회사

솔직히 말하면 입사일 전까지 진짜 이 마음이었다.

면접 때야 붙을지 아닐지 모르니 그냥 자신감에 차서 얘기했지만 막상 승낙을 받고 나니 더 불안해지는 그런 마음을 아시는지? 내가 딱 그랬다. ㅋㅋㅠ 회사가 내 기대에 못 미쳐서가 아니라 내가 회사의 수준에 못 미칠 것 같은 불안함 때문에 너무 도망치고 싶었다.

하지만 이런저런 준비를 하고, 평일에 만나는 세상(?)과 내 나름대로 작별을 한 다음 그냥 1일 아침에 일어나서 찬물로 얼굴 박박 닦고 강남으로 출근해서 그날부로 회사원이 됐다. 

 

냉동 식품을 냉장고에서 꺼내면 보통 전자렌지에 넣고 해동 누르거나 물에 담갔다가 조리를 하지 않나?

근데? 난 그런 과정 없이? "끓는 물에 넣으면 녹는다" 처럼 그냥 냅다 끓는 물에 던져졌다.

입사 첫날 하루는 여기저기 초대받고 설치하고 하면서 시간을 거의 다 보냈는데 그 이튿날 업무를 받은 거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그 덕분에 약간 강해진 것 같아서 감사히 여기고 있다. 입사 다음날 오전에 작업을 받았다는 게 살짝 중압감이 느껴지고 부담스럽긴 했는데, 난 목표의식이 흐려지면 회의감을 느끼고 가라앉는 타입이라 적절한 난이도의 일을 적절한(?) 시기에 잘 받았다고 생각 중이다. 작업 자체도 문제없이 잘 끝나기도 했고.

그 작업을 계기로 운영 이슈 몇 개 처리하고 중간중간 기존 코드도 보면서 2주 정도 시간을 보내다가 최근 카플레이 지원 프로젝트를 맡았다.

카플레이는 해본 적 없었지만 문서 뜯어보고 J님, 대리님이 작업해두신 코드도 같이 보면서 진행 중이다. 데드라인이 조금 빡빡하다는 생각이 들긴 하는데 일단 이번 주까지 해보고, 금요일에 일정을 맞출 수 있을지 없을지 보고하기로 나만의 데드라인을 새로 잡았다.

 

회사 와서 느낀 건 코드 한 줄을 짜더라도 왜 이렇게 짰는지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을 정도로 내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정확히 이해해야 하며, 다른 대안이 있었는지, 그렇다면 왜 사용하지 않았는지 등도 함께 정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솔직히 말하면 나에게는 그런 능력이 부족했다. 그냥 작동하면 끝이고 좀 흥미롭다 싶으면 문서를 조금 더 파고들어가서 블로그에 정리하고 끝이었다. 하지만 회사에서는 그렇게 혼자 일할 수 없다. 어떤 이슈가 있다 싶으면 일단 문제를 정확히 정의하고, 그 다음 원인을 분석하며 해결법을 여러 개 찾아 비교해서 우리 프로젝트에 가장 적합한 것을 선택할 수 있도록 정리하는 게 필수라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서 개발하면서 하는 주먹구구식 디버깅이나 해결법을 찾아 세월아네월아 하면서 끝도 없이 파고들고, 샛길로 새는 버릇을 고쳐야 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swift라는 언어를 얼마나 잘 이해하는지, 앱이 어떤 흐름으로 실행되는지 정확히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떤 개별 문법을 모르고 그런 건 퇴근하고 집에 와서 공부하면 되지만, 이론적인 부분은 깊이 있는 이해가 필요해서 평소에 관심 갖고 공부하는 게 중요할 것 같다.

솔직히 면접 보면서는 왜 이런 이론적인 걸 묻는 걸까 생각을 했는데, 막상 회사 와보니 그런 이론적인 것들이 전부 실무에서 중요한 것들이었다. 예를 들면 appDelegate나 sceneDelegate의 application, scene 함수들이 어느 타이밍에 실행되고 하는지에 따라 타이밍 이슈로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이런 건 회사에 들어가보지 않으면 사실 알기 힘든 정보인 것 같긴 하지만... 어쨌든 이론적인 것을 등한시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잘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연말이라 사무실도 많이 비어 있고, 새롭게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분위기보다는 연내 진행하던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는 분위기에 더 가까운 와중에 입사해서 피드백을 받을 기회가 없는 탓도 조금 있는 것 같다.

하나 확실한 건 내 화법을 조금 다듬어야겠다는 거다. ㅠㅠ 약간 딱딱하고 직선 느낌이라는 피드백을 받았다. 나는 너무 격이 없는 것보다는 예의를 지키는 게 좋다고 생각했는데(내 안의 유교걸 어떡함..) 회사.. 아니 적어도 개발팀 분위기는 부드러운 분위기라서 내가 살짝 들어맞지 못한 것 같다. 너무 정중하면 나 혼자만 예의 있다고 생각하는 게 되고 다른 사람들이 불편해지니,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편하다고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장황하게 설명하기보다 핵심만 말하는 것도 연습해야 할 것 같다. 최대한 많은 맥락을 제공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사족을 붙이는 게 길어지다 보니, 업무 관련해서 이야기를 나눌 때 내가 설명을 잘 못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같이 일하는 개발팀 분들은 다들 너무 좋으신 분들이다. 항상 옆-옆옆 자리에서 업무는 잘 돼가냐고 먼저 물어봐주시고, 도와주시고 잘 알려주시는 J님과 M 대리님, 과장님, 이사님... 일잘러이실 뿐 아니라 버벅이는 나를 기다려주시는 인내심과 인성을 겸비하신 분들과 함께 일할 수 있다는 게 내게는 엄청난 행운이다.

얼른 1인분을 온전히 다 할 수 있도록 많이 노력해야겠다.

 

 

스터디

스터디를 해놓고 웃긴 건... 내가 코테를 안 보고 회사에 입사하게 됐다는 점이다. CS 스터디도 사실 그렇게 도움이 된 건 아니었다. 스터디에서는 그냥 학부에서 배운 내용의 전반을 다룬 것이라서 면접에서 받는 질문에 대한 걸 공부한 건 전혀 아니라고 봐야 한다.

스터디하면서 가장 아쉬웠던 점은 내가 다른 스터디에 참여하지 않다 보니 어떻게 진행해야 효율적인 스터디가 될지 알기 어려웠다는 점이다. 어떻게 스터디를 해야 팀 스터디를 했을 때 가장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까? 꾸준히 이 고민을 했지만 아직 답을 찾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다가오는 새해에는 다른 사람이 조직하는 스터디에 들어가거나 사내 스터디 등을 통해 어떻게 스터디를 꾸려야 모두 많이 배워가는 스터디가 될지 더 고민하는 시간을 가져보려 한다. 

 

 

개인 앱 제작

이게 사실... 스토어에 내고 나서 바로 취준에 들어가서 크게 업데이트를 하고 돌볼 시간이 딱히 없었다. 사실 정말 중요한 건 만들고 끝이 아니라 계속 유지보수하고 업데이트하는 건데 말이지 -_- 아무튼 빠르게 개발해서 후다닥 올렸고, 결과물도 내 마음에 들었다.

다만 UIKit으로 만든 거라서 SwiftUI로 만들고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를 준비하든지 하는 식으로 새롭게 준비해야 할 것 같다. 물론 이것도 일단 회사 생활에 조금 적응한 다음인 늦겨울이나 초봄에 다시 돌봐야 할 것 같다. 나에게는 일단 일이 우선인 것 같다.

솔직히 개인 앱을 제작하면서 기술적으로 배운 게 많지는 않다. 간단한 작업이라도 회사 들어가서 배우는 게 더 많은 것 같다. 그럼에도 개인 앱 제작해서 스토어에 내놓는 걸 후회하지 않는 건 앱 하나를 온전히 동작하게 만들기 위해 필요한 깡, 주도성, 추진력이 강제로 길러졌기 때문이다. 

 

 

취미

원래 취미로 그림 좀 그렸는데 그 동안은 흑백으로 연필 그림만 그리다가 아이패드에 프레스코 깔아서 그림 몇 장을 그렸다. 한 세 달 정도? 주말이면 그림 그렸다. 스트레스가 많은 시기이기는 했다. 누가 좀 아파서 계속 병원 따라다니고 시간도 없고 한데 그림을 그렸으니 완전 커리어 자살 행위나 다름없는 짓이었지만, 돌이켜보면 그렇게라도 나를 비우는 시간이 있어서 지금 스트레스 없이 잘 생활하고 있는 것 같다고 생각한다.

한 3달 동안 그리다가 바빠져서 그림을 뚝 끊었다. 새해에 시간이 되면 다시 그려보고 싶긴 한데, 공부할 게 너무 많다. ^ㅠ^ 드럼도 치러 가고 싶은데 통 시간이 안 나고, 연습실도 멀리 있어서 큰맘먹고 가야 하다 보니 사정이 좀 그렇다. 

캔버스 브러쉬는 특유의 거친 느낌이 있다. 물감끼리 잘 섞이지 않는 건 내 기준 장점
바톤 핑크. 코엔 형제 영화 많이 보지는 않았는데 마음에 들었다
유화 청키 브러쉬를 가장 좋아한다. 특유의 꾸덕한 느낌이 있고, 스포이드로 낼 수 없는 그 섞이는 색의 느낌이 좋다.

그림을 그리면서 여러 가지를 느꼈는데 크게 3가지만 꼽자면 다음과 같다.

  • 손이 기억하도록 꾸준한 연습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완성도는 잘 짜인 큰 그림과 덩어리, 강약의 조화가 살리는 것 같다. 
  • 못 하는 나를 견디는 게 제일 어려운 것 같다. 실력이 늘 때까지 내 자신을 견뎌야 다음 단계로 도약할 수 있다.

3개월 동안 그림이 많이 나아졌고, 배우지 않아도 직관적으로 어떤 것이 더 자연스러운지 구별하는 눈이 길러진 것 같다.

공부를 하느라 그림을 쉬게 됐지만 다시 그림을 시작하게 되면 인물, 풍경을 많이 그리고 싶다. 개인적으로 Dmitri Cavander, 에드워드 호퍼 그림을 아주 좋아한다. 내년 4월에 호퍼 전시회 있다는데 혼자 한 번 가보고, 좋으면 친구들 껴서 또 갈 것 같기도.. 아무튼 일상의 어떤 장면이나 생활 속의 어떤 것들을 포착하는 그런 시선을 배우고 싶다. 

아 그리고 내년엔.. 드럼을 다시 배우고 싶다 -_- 물론 업무에 어느 정도 적응된 하반기에나 가능하겠지? 아직은 희망사항이다.

 

 

생활

5월에 살을 좀 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작년에 운동하면서 살이 약간 빠지긴 했는데 그렇게 많이 빠진 건 아니었고, 살짝 다듬어지는 정도로만 빠져서 이번에는 사이즈에 좀 변화를 주고 싶었다. 그래서 중순쯤 돼서 결혼식 뷔페 한번 다녀오고 바로 시작했다. 방식은 꾸준한 홈트와 군것질 끊기, 밥양 약간 줄이기. 

결론적으로, 5-7월 2달간 3kg 정도를 뺐고.. 계속 유지하다가 회사 다니면서 1kg 정도가 더 빠져서 총 4kg 정도 빠졌다. 허리 사이즈가 많이 줄어서 아침에 재면 25 조금 안 되게 나오게 됐다. 이제 살은 그만 빼거나 1-2kg 정도 더 정리하면 완벽할 것 같긴 한데, 이제는 체중보다 몸의 균형과 힘에 신경쓰는 게 더 좋을 듯하여.. 감량에 관해서는 좀 지켜볼 예정이다.

아침저녁마다 하는 코어 운동, 스트레칭이 도움이 많이 된다. 예전에는 오래 앉아 있으면 허리랑 엉덩이가 조금 아팠는데 요즘은 그런 게 거의 없다.

내년 늦봄이나 초여름에 종목 하나 정해서 운동 시작할까 생각 중이다. 팀에 주짓수 되게 오래 하신 분이랑 헬스하시는 분 계셔서 그런지 뭔가 자극되고 운동 다니고 싶다. 2023에는 복근이랑 등근육 빡빡 생기고 싶다. ㅋ 지금 복근은 너무 초라하다 ㅋㅋㅋ

 

 

아쉬운 점

좀 더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열심히 살지 못한 게 아쉽다.

위장된 게으름이라는 게 있다고 한다. 운동량은 많지만, 실제로 해야 할 일이나 큰 그림, 큰 목표에서 벗어난 자잘자잘한 일을 해서 정작 중요한 일은 회피하는 그런 게으름을 말한다고 하는데, 내가 지난 1년간 그런 상태였다고 생각한다. 그래 정신적 코마 상태에 빠진 게으름뱅이였지... 다가오는 1년은 분명한 목표를 가지고 정기적으로 달성치를 추적하면서 계획적으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올해가 1주일 가량 남았는데 약속 몇 개 다녀오고 틈틈이 내년 목표와 달성 계획을 점검할 예정이다. 

2023년에는 확실한 방향성을 갖고 성장할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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