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기도하고 코딩하라

링피트 클리어 본문

일상

링피트 클리어

사과먹는사람 2021. 8. 7. 21:20
728x90
728x90

 

지난 3월, 아는 언니네 집에 놀러갔다. 그 날 저녁 알싸한 마늘치킨을 시켜먹고 <페이스 오프>, <몬티 파이썬과 거룩한 성배>를 보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새벽에는 내가 전혀 알지 못하는 케이팝 아이돌 뮤비를 구경하기도 했다.

이튿날, 오후 스터디를 위해 일찍 돌아가야 하는 나에게 언니는 링피트를 해보라고 권했다. 나는 닌텐도 스위치도 없고 모동숲이 날 유혹했을 때도 굳건하게 참고 스위치를 거부했다. 10여년 전 놀동숲을 하면서 즐거웠던 기억은 있지만 모동숲을 시작하면 내가 나를 제어하기 힘들 것 같아서 참았지만, 링피트는 운동하면서 즐기는 게임이라고 해서 해봤다.

언니가 손님용으로 만들어둔 캐릭터는 레벨 4 정도의 캐릭터였다. (참고로 언니 본캐의 레벨은 당시 160 정도였다) 맵 하나를 제자리뛰기로 달리고 걸으면서 링콘이라고 얇은 도넛같이 생긴 컨트롤러를 조이고 늘리면서 점프도 하고 맵에 널려 있는 아이템을 득템하다가 몬스터를 만나면 '피트 스킬'이라는 운동으로 처치해야 하는 게임이었다.

그래서 맵 하나를 달리기 시작했는데, 일단 초심자라 조작은 좀 서툴렀지만 운동은 그래도 잘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호기롭게 달렸다.

그러나 그게 실수였던 걸까. 몬스터를 만나 스쿼트를 하는데 너무 힘들었다. 그 몹을 잡기 위해 다른 운동은 뭘 했는지도 기억이 안 난다. 스쿼트에서 오는 강렬한 하체 통증이 그 날 링피트 모든 기억을 압도했다. 5분 가량 되는 맵을 가까스로 마치고 나는 전투에서 패배한 졸병1처럼 바닥에 뻗어 버렸다... 그리고 집에 가는 내내 허벅지가 후들거려서 왠지 넘어질 것 같은 느낌에 긴장을 하면서 돌아왔다.

이 엄청난 운동 효과에 깜짝 놀란 나는 바로 스위치 중고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당근과 중고나라를 열심히 뒤진 끝에 당근마켓에서 스위치 본체와 모동숲을 묶어서 파는 판매자를 찾았고 거래했다. 링피트는 아무래도 신체에 직접 착용하는 레그 스트랩도 있고 링콘에 손이 닿는 부분이 있어 찜찜해서 새 것으로 구매했다.

그렇게 나는 모동숲과 링피트를 구비한 사람이 되었다. 링피트를 사고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스위치에 링피트 칩을 넣은 다음 30분 가량 게임을 즐겼(?)다. 내가 그 때 사망 직전에 내지르는 최후의 앓는 소리는 친구와의 채팅창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그럼 내가 링피트를 하면서 고통스러워한 일기를 바탕으로 어떤 효과를 봤는지 살펴보자.

 

 

처음 이틀 : "팔, 엉덩이가 아프다." "힘들어 죽을 것 같다." - 운동부하 11

스쿼트와 링콘 조이기, 언더 푸시 같은 팔 운동 때문이었던 것 같다. 링피트 운동 중 팔 운동 스킬 세트는 정말 도움된다. 강추한다. 

3~7일 : "어젠 죽도록 힘들더니 오늘은 전혀 안 힘들다." "요가매트는 빨리 죽이는 게 이득이다." - 운동부하 15

이쯤에서 처음 시작했을 때 온몸이 아프고 힘들었던 것은 사라졌고, 운동부하 11은 너무 가볍다는 생각이 들어 운동부하를 확 올렸다. 운동부하를 올리고 나니 좀 운동하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2주차 : "조이콘 배터리가 부족하다. 조이콘 충전해야겠다" "와이드 스쿼트 많이 했더니 허벅지 터질 거 같아서 운동 그만함", "링피트 약간 중수준 폴리곤 같은데 맵 같은 거 보면 세밀함" - 운동부하 17, 18

이 때쯤엔 링피트를 완전 적응해서 즐겁게 즐길 수 있는 정도가 됐다. 링피트 스토리에서 중요한 마스터4 캐릭터들을 한 명씩 만나보는 시간이었다. 식스팩트 캐디 정말 일본 쾌남 스타일이라 마음에 들었다. 이쯤 되니 설렁설렁 뛰면 조깅만 가능하지 뛰는 게 안 돼서 빡세게 뛰어야 했다. 운동을 더 많이 해야 했고, 아직도 하체 집중 운동을 

3주차 : "솔직히 이제 링피트해도 별로 근육 뭉침이나 근육통 없음" "그래도 만세 스쿼트나 레그레이즈하면 힘들다" - 운동부하 19

운동하는 것 같지 않다 싶으면 운동부하를 좀 올려줬다. 그래도 힘든 운동이 몇 가지 있긴 한데, 내 경우엔 레그레이즈, 플랭크 엉덩이 들기(이 운동과는 겸상도 하지 않는다), 보트 자세, 마운틴 클라이머 등이 대표적이다. 인생이 너무 빨리 흘러가는 것 같은가? 플랭크 엉덩이 들기와 마운틴 클라이머를 추천한다. 자세 하나하나에 집중하면 시간이 이렇게 안 갈 수 있나,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은 진짜다 이런 소리가 절로 나온다.

4주차 : "링피트 장점 : 즐겁다. 시간이 잘 간다" "링피트 단점 : 시간이 잘 간다" - 운동부하 21

링피트 플레이타임이 35분 정도면 실제로는 1시간 정도 흘러 있다. 왜냐하면 링피트는 오직 직접 운동한 시간만 플레이타임으로 치기 때문이다. 스무디를 만들거나 맵을 옮겨다니거나 하는 시간은 운동으로 치지 않는다. 맵에서 뛰거나 배틀 짐, 미니게임을 하지 않는 이상 시간이 오르지 않는다. 게다가 맵을 뛰다가도 멈추면 멈춘 동안은 시간이 기록되지 않는다. 스토리를 따라가고 NPC들과 대화하고, 옷도 갈아입고 스무디도 만들다 보면 실제로는 시간이 1.5배~2배 정도 걸린다. 이 점은 명심을 하고 운동 시간을 만들어야 한다.

이 때쯤 팔에 내 인생 처음으로 근육이 잡히기 시작했다. 허벅지에도 근육과 분리되는 쉐입이 생기기 시작한다. 확실히 근력 운동을 하기에 정말 좋은 게임인 것 같다. 하지만 링피트 때문에 힘들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나는 군것질이 늘어서 살을 못 뺀다. ㅎㅎ

5주차 : "링피트 100렙 찍음" - 운동부하 22

링피트 100 정도 찍으면 아마 월드13이나 14를 깰 수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참고로 이 때쯤부터 슬슬 짜증나는 요소가 늘어난다. 훼이크를 치면서 안 뛰어도 될 맵을 뛰게 한다든가, 보스를 잡았다고 생각했는데 피통이 그 아래 또 깔려 있거나 하는 식으로... 뭐 이 때부터는 거의 관성으로 하게 된다. 

6주차 : "더움" - 운동부하 23

우리 집은 가급적 에어컨을 안 키자는 주의고, 나도 에어컨을 켜더라도 바람이 들어오지 않는 방에서 혼자 방문 닫고 선풍기 켜고 운동하는 사람이라 너무 더웠다. 맵 진행할 때 스쿼트를 필수로 해야 하는 코스면 정말 땀이 줄줄 나고 얼굴이 불타는 고구마처럼 타오르며 허벅지가 후들거린다. 더운 영향을 좀 받는 것 같다.

 

이 뒤로는 운동을 해도 그냥 운동했지 뭐 해서 따로 운동 일기를 쓰지 않아서 모르겠다. 현재 운동 부하는 25까지 올렸다.

 

 

아래는 플레이 스샷이다.

이렇게 칭찬도 해준다
마스터4 일원인 식스팩트.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복근 담당이다. 마마보이다.
마스터4 중 짐볼퀸이 빠진 조합
마스터4 중 하체를 담당하는 레그리나. 캐디가 아름답다.
식스팩트 20살이라 오빠라고 부르지도 못함
렙 100 달성의 순간
요가매터 데리고 나왔을 때는 좀 짜증났다
흑화한 식스팩트
로보다를 진실의 거울 삼는 레그리나
레그리나 무리
나중 되면 사슴, 여우, 플라밍고 등 동물들도 몬스터가 돼서 나온다. 꽤 사실적이다
스무디를 만드는 모습
맥박 체크
미니 게임을 하면 점수가 나온다
클리어까지 주행 거리
클리어까지 소모한 칼로리
클리어의 날
익숙한 그 이름

 

링피트 플레이 50일이 조금 넘어서 모든 월드를 클리어했다. 이제 하드 모드를 할 수 있어서 하드 모드를 하는 중인데 이 모드에서 링과 드래고의 대화는 그냥 트레이너와 회원님의 대화 느낌이다.

링피트를 하고 살이 빠졌는지는 모르겠지만 근육은 확실히 붙었다. 특히 팔에 많이 붙었고, 다리에도 붙었다. 힘든 복근 운동을 별로 안 해서 복근이 많이 생겼는지는 잘 모르겠다. 나는 식이를 하지 않아서 살은 거의 안 빠진 것 같고, 체중을 재지 않아서 체중 변화도 모른다. 그리고 운동을 한 날이면 오래 앉아 있어도 허리가 덜 아프다. 애초에 좀 건강하게 살아보려고 시작한 운동이라 체중 변화가 있고없고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하루 50분 운동에 이 정도 효과면 매우 만족한다. 앞으로 날씨가 조금 서늘해지면 런데이도 병행해서 체력 증진에 더욱 힘쓸 예정이다.

 

 

728x90
반응형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