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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기도하고 코딩하라
2021 WISET 글로벌 멘토링 : 블룸버그 후기 본문
며칠 전에 모르는 번호에서 전화가 왔다. 모르는 번호에서 오는 전화는 잘 받지 않지만, 인터넷에 번호를 잽싸게 검색해 보니 설문조사라는 결과가 있어서 여론조사인가보다 하고 받았는데 WISET 글로벌 멘토링 블룸버그에 대한 의견과 만족도를 묻는 설문조사였다. 뜻밖이었지만 마침 한가해서 조사에 응했다. 10분 정도 통화를 마친 다음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는 인사를 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멘토링 후기를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작년 2월에 WISET에 글로벌 멘토링 공지사항을 보고 블룸버그 멘토링을 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내 친구가 예전에 WISET을 통해 델 멘토링을 했던 걸 본 나는 자연스럽게 글로벌 멘토링에 흥미를 갖게 됐는데 거기다 대고 블룸버그라니... 듣자마자 그냥 흥분의 도가니였다. 정말 너무 하고 싶었다. 경제에 관심을 가지면서 블룸버그에서 내는 뉴스 미디어 등의 미리보기(구독하고 읽어야 한다) 등이나 잘 만든 자료 등을 접하면서 블룸버그를 알게 됐다. 주로 경제 상황을 다룬 영화(<빅 쇼트>, <마진 콜> 등)에서 인물들이 블룸버그 터미널을 보고 있는 장면을 볼 수 있는데 그런 매체를 통해 일명 '블대리'를 간접적으로 접하기도 했다. ㅎ
어쨌든 나는 금융공학에 지대한 관심을 가진 상태였고, 그래서 금융 데이터를 다뤄보고 싶었다. 물론 지금도 관심은 있지만 취직은 이 쪽으로 안 할 것 같고, 나중에 대학원을 가면 경제학 전공을 하고 싶은 생각은 있다.
내가 어떻게 합격하게 됐는지는 이 포스팅에 써 뒀다.
합격 발표가 나고 나서 총 5번의 활동이 있었다. 이 중 나는 영어 면접 세션에는 불참해서 총 4번 참석했다. 3월부터 11월까지 만 8개월 정도 진행했는데 적고 보니 5번이 그렇게 적은 횟수는 아닌 것 같다.
오프닝 세션에서는 블룸버그의 기업 소개를 들었다. 사실 난 이전까지 블룸버그는 터미널을 판매하는 뉴스 미디어 그룹이라고 생각했는데 자본, 금융 시장에 걸친 여러 금융 데이터들을 깊이 있게 다루는 기업이었다. 정말 오프닝 세션 때 들었던 소개를 생각하면 지금도 좀 설렌다 ㅋ
멘티들이 각자 자기 소개를 한 다음 각자 성향에 맞춰 소그룹을 선택한 다음 멘토님과 만났다. 우리 멘토님은 ESG Data Specialist 한 분, 채권 담당을 주로 하시는 분 한 분이셨다. 나는 여태까지 연사/주최자가 말하는 걸 듣고 질문하는 그런 행사에만 많이 참여했는데 소그룹 멘토링에서는 궁금한 것을 그냥 자유롭게 질문하는 시간이 더 많았다. 나는 뭘 좀 알아야 궁금한 게 생기는 편이라 질문할 게 그리 많지는 않았다. (솔직히, 한국 블룸버그는 학사를 외국에서 해야만 입사할 수 있냐는 질문을 하고 싶었는데 좀 무례하게 들리거나 난처한 질문일까봐 못 드렸다. 멘토링 활동을 하면서 뵙는 멘토 분들을 보면 정말 다 해외 대학을 나오신 분들이셔서 궁금했지만 ^^)
오프닝 세션이 끝날 쯤에 과제에 대한 공지가 있었다. 2회차 세션에 5분 발표할 걸 준비하라는 과제였는데, 바이든 행정부의 친환경 정책 관련해 수혜를 입을 수 있는 산업군을 조사하는 과제였다.
솔직히 발표에는 부담이 없었지만(한평생 불특정 다수 앞에서 말하는 게 두려웠던 적은 없다. 사람이 적으면 그 때는 좀 신경 쓰이지만), 자료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막막했다. 공대생이라 자료 갈무리를 잘 못해요, 는 솔직히 좋은 핑계일 뿐 납득이 되는 설명은 아니다. 그냥 내가 짜임새 있는 자료를 만드는 일을 많이 하지 않다 보니 익숙하지 않고, 또 어떻게 산업군 조사를 해야 하는지 자료를 충분히 찾아보지 않아서 내 스스로도 조금 불만족스러운 자료를 만들게 된 것 같다. 뭐 태양광, 풍력, 수소 같은 여러 산업군이 떠올렸지만 제일 대중적인 건 전기차였다. 혹시 주제가 겹치지는 않을까 했는데 신기하게도 5명의 멘티 모두 주제가 조금씩 달랐다. 시장 조사를 하면서 테슬라가 앞으로도 굉장히 유망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때마침 찾아온 하락장에 테슬라를 2주 매수했고 한 주는 80% 수익을 보고 팔았다. (땡큐 블룸버그. 테슬라는 CEO의 기행이 있긴 하지만 그건 리스크라기보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천재 또라이' 환상을 충족시켜준다는 생각이 든다.)
소그룹에 들어가서 발표를 했는데, 발표가 편안하다는 피드백은 들었는데 솔직히 자료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별로 좋지는 않았다. 여기서 또 교훈을 얻은 게 내가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준비하지 않으면 결국에는 내가 제일 불쾌해진다는 거였다. (열심히 할 건 정말 최대한 짜내서 열심히 하자) 다른 멘티님들의 발표를 들었는데 대부분 자료가 좋았다. 그 중 한 분은 채권이나 주식, ETF 등에 몰린 돈의 크기를 비교해 어떤 산업군의 어떤 기업이 더 유망한지 비교를 하셨는데 저런 방법으로 산업의 붐을 볼 수도 있구나 감탄했다. 내가 보기에도 정말 뛰어난 발표였는데 그 분은 그래서 3회차 세션 때 한 번 더 발표를 하셨다. 진심 대단... 블룸버그 멘토링이 또 좋았던 점이 이렇게 뛰어난 멘티님들을 보고 나까지 자극을 받을 수 있다는 거였다.
발표 시간이 끝나고 나서 본회의실로 돌아가 블룸버그 터미널의 기능 시범을 봤다. 블룸버그 터미널의 첫 인상은 '까만 화면'이었는데, 막상 접하고 나니 터미널은 내 생각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다양한 기능 함수(설명으로는 30만 개가 넘는다고)들을 포함하고 있는 솔루션이었다. 솔직히 내가 언제 또 터미널을 보겠나... 정말 신기해서 필기까지 해가면서 봤다. 다만 아쉬웠던 점은 코로나 상황 때문에 직접 가서 보지 못 했다는 점이다.
3회차 세션은 CV, 레쥬메(커버레터와 영문 이력서) 첨삭 세션이었다. 그래서 미리 CV, 레쥬메를 써야 했는데 여름방학 초입에 학교에서 한 비교과 활동으로 들은 3시간짜리 프로그램이 약간 도움이 됐다. 구글 검색으로 모범 레쥬메를 찾아서 참고하는 게 더 도움이 많이 되긴 했지만, 어쨌든. 그래서 3회차 세션 2주 전쯤 제출하려고 준비하는데 CV, 레쥬메를 써 보는 것 자체가 처음이라 조금 고전했다. 그런데 막상 쓰니까 쓸 게 없지도 않더라. 자연스럽게 나의 지난 대학 생활을 돌아보게 되는... 나와의 만남.. 뭐 그런 시간이었다.
3회 세션에서는 같은 팀 멘티 분들이 아니라 다른 멘티분들이 모였고, 담당 멘토님이 아닌 다른 멘토님들이 내 CV, 레쥬메를 첨삭해 주셨다. 미리 꼼꼼히 보시고 메모까지 남기셔서 첨삭해주셨는데 도움이 많이 됐다. 다른 멘티분들의 이력서까지 첨삭하는 걸 보면서 CV에서 어떤 표현이 더 유리하고, 단 1페이지인 레쥬메는 어떻게 구성하는 게 더 시선을 끄는지 등을 배울 수 있었다. 멘토님 한 분은 직접 레쥬메를 보여주시기도 했다.
3회 세션이 끝나고 나서 메모를 받은 걸 토대로 다시 수정해서 제출했다.
4회차 세션은 블룸버그 Hiring Manager들과 실제로 영어 면접을 보고 첨삭을 받는 시간...이었다고 하는데 한국어로 봐도 면접은 긴장될 것 같은데 그걸 영어로 보라니 진짜 부담됐을 것 같다. -_- 나는 이 날 학교 스터디 프로그램 첫날인데 내가 팀장이라 빠질 수가 없어서 미리 불참 신청서를 냈다. (영어 면접 업보는 막학기에 들은 수업에서 기말 고사를 5분 면접으로 치르며 청산했다) 좋은 경험이었을 텐데 참석하지 못해서 아쉽다.
마지막 클로징 세션에서는 한 해 동안 블룸버그 멘토링에서 어떤 프로그램들을 진행했는지 돌아보고, 블룸버그 해외 지사에서 활동 중이신 한국인 멘토님들도 참석하셔서 이야기를 나눠주셨다. 싱가포르, 런던, 홍콩 등 각국에서 활동 중이신 멘토님들이 말씀해 주시는 해외 생활, 한국 지사와의 차이 등이 정말 흥미로웠다. 지금까지 막연히 난 영어를 꽤 하니까 외국계에서 일하고 싶다, 해외 생활을 해 보고 싶다 생각만 했는데, 실제로 해외 생활을 하고 계신 분들을 온라인으로나마 뵈면서 내 목표를 향해 더 정진해야겠다는 다짐을 되새겼다.
소그룹 멘티들을 1년간 이끌어 주신 담당 멘토님들과 마지막으로 인사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우리 멘토님들은 참석하시지 못했다. 한 분은 모르겠고, 다른 분은 샌프란시스코로 transfer하셨다고 들었다. 너무 축하할 일,,, 어쨌든 담당 멘토님들이 안 계셔서 우리 소그룹은 해외에 계신 멘토님들께 궁금한 것을 질문하고 답변했다.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나 조금 있으면 블룸버그 멘토링 소식을 접한 2월이 찾아온다. 그 동안 나는 얼마나 성장했나? 잘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2021년은 별로 만족스럽지 못한 한 해였다. 막상 돌아보면 뭘 많이 하긴 했지만 이상하게 공허하고 텅 빈 것 같다는 느낌이 자리잡고 있었다. 졸업 프로젝트 말고 내 개인적으로 큰 프로젝트를 진행하지 않아서 그랬는지도 모른다. 프로젝트를 안 해서 무기력한 건지, 무기력해서 프로젝트를 안 한 건지.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 -_-
블룸버그 멘토링은 나에게 단순히 멘토링 경험 이상의 중요한 교훈을 남긴 프로그램이다. 누군가 프로그램을 신청할까 말까 생각 중이라면, 추천한다. 오프라인 멘토링이면 그야말로 더없이 좋겠지만 온라인 멘토링도 좋다. 멘토링을 통해 뭘 얻어 갈 수 있느냐는 자기 하기 나름인 것 같다. 좀 나이브한 발언일 수 있지만, 아직은 내 인생의 너비는 내 마음 먹기에 따라 확장되는 거니까.
이런 좋은 프로그램에 참여해서 1년 동안 함께하게 돼서 정말 기쁘고 감사했다. 이런 멘토링 프로그램을 준비해 준 WISET의 인재 양성 담당 주임님들과 블룸버그 멘티 분들께 감사하다. ㅎㅎ
칭찬 일색이긴 한데 뭐 금전적 대가를 취하거나 그런 건 없다. 후기를 써 달라는 얘기도 없었지만 블룸버그 멘토링에 신청할까 말까 하는 분들을 위해 적는다. 아! 그리고 내가 신청할 때는 WISET 공지사항에 3~4학년 위주로 신청을 받는다고 쓰여 있었는데 막상 가보니 1~2학년 분들도 꽤 많았다. 그러니 학년 신경쓰지 말고 멘토링 프로그램에 정말 참여하고 싶다면 일단 신청서를 써서 내보길 바란다.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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