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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기도하고 코딩하라
iOS 신입 개발자 취업기 :: 0. 잡캐 히스토리 본문
취업과는 별 관계없는, 읽어도 안 읽어도 그만인 제 백그라운드 얘기를 적습니다.
서류 플젝 포폴 면접 준비 등은 다른 포스팅을 참고해주세요.
서론
'메이플스토리'라는 게임 아세요? 제가 초등, 중학생 때 했던 게임인데요.
캐릭터를 어떤 직업으로 전직시켜서 만렙까지 키우는 게임입니다. (동생 말로 요즘 메이플은 옷 이쁘게 입히는 게임이라고 하지만, 어쨌든 본질적으로는 ㅋㅋ)
캐릭터는 렙업하면서 힘, 민첩성, 지력, 운이라는 4가지 속성 스탯을 찍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캐릭터 직업마다 주력으로 찍어야 대미지가 잘 나오는 스탯이 정해져있습니다.
예를 들어 전사는 힘, 궁수는 민첩성, 법사는 지력, 도적은 운, 해적은 민첩성과 운.. 뭐 이런 식이죠.
그런데 여러분이 전사로 1차 전직했는데, 지력을 냅다 많이 찍었다고 해봅시다.
아니면 힘에도 찍긴 하지만 전사와 관련없는 스탯인 민첩성, 운 등에도 골고루 균형있게 스탯을 찍었다고 가정해봅시다.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이 캐릭터는 "잡캐"가 됩니다.
파티 사냥, 퀘스트 등에도 끼기가 어렵죠. 그 직업에 요구되는 걸 잘 하기에는 스탯이 모자라니까요.
근데 제가 바로 그런 잡캐였습니다.
문과대에서 공대로 전과하기
잡캐 근원은 대학교 입학 때 시작됩니다.
저는 사실 공대로 입학하지 않았고, 독어독문과로 입학했습니다. 수학 성적은 나빴지만 국어와 외국어 등 언어 성적은 괜찮았거든요. 그리고 사실 윤리 과목을 좋아해서 고등학생 때는 윤리 교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도 했어요. 뭐 독일 철학도 유명하니까요.
그런데 현실적으로, 윤리 교사가 되려면 독문과로는 좀 어려웠죠. 자연히 그 꿈은 접게 되었고, 대학에 갓 입학했을 때는 장래희망이랄 게 딱히 없었습니다. 그저 친구들보다 컴퓨터로 하는 일들에 관심이 있고, 가끔 영상 편집을 하는 취미가 있는 상태였습니다.
당시 저는 어렴풋이 "영상 디자이너가 내 미래일지도 모른다"라는 생각에 영상 편집을 가르치는 학과(디지털미디어, 시각디자인) 중 하나인 디지털미디어 1학년 강의인 '기초 프로그래밍'을 신청하게 됐습니다.
영상 편집은 2학년 때 배우는 과목이지만, 1학년 때 그 과 강의를 듣고 교수님께 미리 눈도장을 좀 찍어놓으면 좋겠다.. 싶었던 마음이었죠.
그게 제 대학 생활을 뒤집는 계기가 됐습니다.
그 강의에서 C언어를 배웠습니다. 어려운데 재밌었어요. 첫 학기엔 공강 없이 시간표를 짜서 매일 학교에 나갔는데요. 뒤처지기 싫어서 계속 공부했습니다. 비트 연산하는 문제를 풀었고, 지금 보면 그냥 귀여운 for문, switch문 등을 완벽하게 손코딩할 수 있도록 계속 연습장에 쓰고, 18시 이후에 진행하는 튜터링에도 빠지지 않고 꼬박꼬박 나갔습니다.
강의하시던 교수님께서 하시던 말씀이 기억나는데요. "너희는 속세를 벗어나야 해"라면서 9 to 9을 강조하셨습니다. 9시에 학교에 와서, 밤 9시까지 학교에서 버티다가 집에 가라는 거죠. 9시까지 학교에서 잠을 자든 뭘 하든 간에 일단 학교에서 버티라고, 그 생활을 4년 하면 실력이 는다고요.
저는 정말 그랬습니다. 튜터링을 하는 날은 저녁 8시까지 학교에 있었고, 아닌 날도 도서관에서 1-2시간씩은 공부를 했으니까요.
그러다가 첫 중간고사를 보게 됐습니다. 정말 어려웠습니다. 확신을 갖고 쓸 수 있는 게 별로 없더라구요.
시험 다음주였습니다. 교수님께서 "김XX이 누구냐"고 하시더군요.
전 타과생이라 눈에 띄기 싫어서 맨 뒤에 앉아서 수업을 들었습니다. 그 당시만 해도 사람들한테 주목받기를 싫어해서 당황한 채로 뻘쭘하게 손을 들었어요.
3등을 했다고 말씀해주시더군요. 제 인생 초현실적인 순간 중 하나였습니다. 나중에 제 친구는 그 때 제가 1등을 했다고 얘기하던데 전 3등으로 기억을 해요. 아무튼 교수님께서 콕 집어 얘기할 정도로 성적이 괜찮았던 건 기억이 납니다. 그 때 성적은 약 70점 정도였어요.
전 인정욕구랑 상승욕구가 강한 사람입니다. 뭔가 해결하고 앞서나가는 거에 쾌감을 느낍니다.
그 순간이 너무 짜릿해서 전과를 결정하게 됐습니다. 무엇보다도, 독일어보다는 프로그래밍을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남성 여성 중성...) 독문과 교수님과 전과 면담도 하고, 형식적으로 "잘해봐" 하는 면접도 보고 전과했어요.
생각해보니, 결국 영상 편집은 듣지 않고 졸업했네요. ㅋㅋㅋ 전 미디어 과목보다는 프로그래밍이 더 재밌고 잘 맞았습니다.
전과한 첫 해인 2018년은 36학점 중에 33학점을 전공 과목만 들으면서 열심히 공부하고 방학 때는 챗봇도 개발해서 사용자들도 3,000명 붙었으니... 꽤 괜찮았어요. 돌이켜보면 2학년 때가 정말 행복했네요. 첫 학기에 수석도 해보고... ㅋㅋ 바빴지만 제가 하고 싶던 공부를 하고 프로젝트를 할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3학년 때 2년 장학금도 따고 잘 나가다가 2019년 2학기에 1년 휴학을 하게 됐는데요. 20년 2학기에 교환학생으로 복학하고 21년에 졸업작품하고 22년 2월에 졸업하는 게 제 계획이었습니다.
그래서 2019년 11월에 토플 점수도 따고 12월에는 토익 점수도 따고.. 뭐 그랬는데요, 코로나가 터지면서 제 교환학생 계획은 취소됐습니다. 이게 참 사람이 치밀하게 계획한다고 무조건 되는 건 아니더라구요. 시기적인 운도 있어야 되고 환경도 좀 따라줘야 하고... 20년엔 살짝 슬럼프가 올락말락했는데 감사하게도 외주도 받게 되고, 이런저런 기회가 있어서 개발은 계속할 수 있었습니다.
21년에는 스터디를 같이 준비하면서 알게 된 동생들과 졸업작품을 했습니다.
제 성격이 그냥.. 딱히 리더를 하고 싶진 않지만, 제대로 된 리더가 없다면 차라리 내가 하고 말지 하면서 그냥 고생을 자처하는.. 그런 성격이거든요 ㅋㅋ 여튼, 나이도 제가 제일 많고 이런저런 사정이 겹쳐 제가 팀장을 맡게 됐습니다.
사실 졸업작품은 그냥 구멍가게도 아니고 대학교 축제 음식 부스 같은 규모 정도이기 때문에 크게 관리할 건 없었습니다. 언제까지 산출물 나오도록 일정 관리하고, 서류 많이 쓰고, 작업 분배해주기? 팀원들이랑 잘 지낼 수 있게 노력하는 그 정도로만 관리했습니다. 잘 따라준 팀원들에게는 아직도 고맙네요.
그 때까지만 해도 웹이 제 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음.. 쉽지 않더군요. ㅋㅋ 웹은 진입 장벽은 비교적 낮지만 깊게 파고들수록 공부해야 할 것도 많고 정말 어렵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 회사 웹개발자님들 정말 존경한다는..)
뭐 이런저런 우여곡절이 있었고 작년 말쯤에 iOS 생각만 하다가 올해 초에 전직을 해야겠다고 본격적으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프로젝트 이력이 따로국밥인데요
그런데 어쩝니까. 제가 법사로 전직하고 싶은데 저는 그 동안 힘이랑 운을 많이 찍은 거나 다름없는데요.
그 동안 제가 했던 좀 굵직한 프로젝트들을 소개를 해드리자면요.
- 2018 여름 카카오톡 학식 챗봇 (사용자 3,000명 이상, django -> node.js. 서버)
- 2020 여름 관공서 알바 지도 앱 (효율성 향상을 위한 자체 개발, node.js. 서버)
- 2020 가을 쇼핑몰 심리테스트 외주 (Vue.js. 프론트엔드)
- 2021 졸업작품 (TypeScript, 웹크롤링 외 잡일, 프론트엔드)
- 2022 여름-가을 개인앱 (UIKit, iOS)
어때 보이세요?
대학 다닐 때 4개 하고, 졸업하고도 1개 했으니.. 프로젝트 참 많이 한 거 같습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크게 2가지 문제점이 있습니다. (자잘하게 잡으려면 더 있겠지만)
- 팀 작업이 아니라 대부분이 개인 작업이다.
- 프로젝트 분류에 일관성이 없다.
개인 작업인 건 어떻게 커버가 된다고 해도, 일관성이 좀 없죠?
저도 포폴 만들 때 이게 진짜 고민이었습니다. 뭐 이런 잡캐가 있는지... 진작 세부 직무를 정했어야 했는데 하면서 좀 후회했습니다.
이건 정말 잘 포장하면 개발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 해왔다, 난 개발을 너무 사랑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진심이다, 문제 해결을 위해 도구를 가리지 않고 배워서 직접 할 수 있는 도전 정신과 의지가 있다.. 뭐 이렇게 주장할 수 있는 좋은 근거가 되기도 하지만요.
안 좋게 보면 일관성이 떨어지고 끈기가 없는 걸로 받아들일 수도 있습니다. 사실 그렇게 받아들인대도 할 말은 없겠죠. 한 가지 분야에 대한 뚝심과 깊이가 부족하다는 건 저 역시 솔직히 인정하는 바였습니다.
정량적 스펙
- 20대 중반
- 인서울 대졸 전공자, 평점 4.21, 전공 평점 4.2
- 프로젝트 5개 (직무 유관 프로젝트 1개)
- 인턴 경험 X
- 어학 토익 940
- 자격증 SQLD, 정보처리기사
- 수상 경력 WISET, 한이음, KB국민은행 소프트웨어 경진대회 입상
솔직히 개발자는 학점으로 취업하는 직업이 아니라서 고민이 깊었습니다.
이런 고민을 어떻게 타개했는지, 신입 iOS 개발자로 취업하기 위해 무엇을 준비했는지는 다음 포스팅부터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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